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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라임자산) 사태가 심각합니다. 일부 펀드가 환매중단이 되면서 1조 6700억원 규모 사모펀드 중 9373억원이 손실처리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라임자산은 2월 18일 기준 평가금액이 '플루토 FI D-1호'(작년 10월 말 기준 9천373억원)는 -46%, '테티스 2호'(2천424억원)는 -17%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손실이 발생한 이유는 TRS를 사용해 레버리지 비율이 100%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레버리지(Leverage)란 경제용어로 빚을 이용한 투자를 의미하며, 레버리지비율은 총자산에서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입니다. 레버리지 비율이 클수록 차입금을 많이 사용했다는 뜻입니다. 레버리지 비율이 클수록 이익이 나면 그만큼 수익은 많아지며 손실이 나면 손익은 더 커지게 됩니다.

 

대규모 투자손실을 불러온 TRS(Total Return Swap, 총수익스왑)는 무엇일까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TRS란

최근 국내기업들이 순환출자 해소, 자금조달 및 자금확충의 일환으로 TRS 계약을 활용하며 자본시장의 새로운 거래기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경제상황 하에 위험을 이전시킬 수 있는 신용파생상품이 유행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임정근 변호사 저 『변호사가 경영을 말하다』 발췌

 

TRS는 증권사가 헤지펀드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주식, 채권 등을 헤지펀드대신 매입해주는 계약을 말합니다. 투자자산의 명의자는 증권사지만 투자 수익은 헤지펀드가져갑니다. 즉, 주식 등 자산에서 발생하는 미래의 불확실한 수익과 사전에 확정된 수수료(고정이자)를 서로 교환하는 파생거래입니다. 

 

만약 TRS계약으로 레버리지비율(담보비율) 50%인 경우 증권사 5억원, 헤지펀드 5억원으로 A회사의 주식 10억원을 매매한 것이 됩니다. 헤지펀드는 A회사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면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대신 증권사에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게 됩니다. 주식이 11억원으로 TRS계약이 끝나는 경우 헤지펀드는 A회사 주식 11억원을 보유할 수 있으며 1억원의 수익을 얻습니다. 증권사는 수수료 이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즉 A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에서 주식차익을 보지만 실제로는 그 차익이 헤지펀드로 스와프되기에 총수익스와프(TRS)로 불리는 것입니다.

 

TRS를 하게 되는 헤지펀드와 증권사 각각의 이유입니다.

 

헤지펀드

  • 회사A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보유한 것과 같이 회사A의 주식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공유
  • 고정수수료나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보전 등 부담이 있지만 주식매매로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식의 가치 상승에 따른 수익 공유가 가능함
  • TRS 계약이 일정기간 고정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채권적 성격이지만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 이점이 있음
  • 일반적으로 TRS 계약 종료시 헤지펀드는 증권사가 보유한 회사A의 주식을 재매입할 권리를 가짐(파킹딜, Parking Deal)

증권사

  • 증권사는 회사A 주식을 매입하였으나 헤지펀드 대신 회사A 주식을 맡아서 운용하는 것과 유사하게 고정의 수수료(1~2%)를 기업A로부터 받음
  • 회사A의 주식가치가 하락해서 손실이 발생해도 헤지펀드로부터 보전 가능

 

TRS 계약을 하는 이유

이쯤되면 한가지 의문이 들게 마련입니다. 헤지펀드가 직접 회사A의 주식을 보유하면 증권사한테 수수료를 낼 필요도 없고 수익은 전부 가져올 수 있는데 왜 증권사에게 맡길까요?

 

보유자산을 유동화해서 증권사로부터 추가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헤지펀드가 10억원을 증권사에 담보로 맡기고 20~40억원 규모의 특정 주식이나 채권을 대신 사달라고 주문하는 방식입니다. TRS는 장외상품이기에 장부상 부채로 잡히지 않으며, 주가가 상승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TRS 계약이 끝나면 헤지펀드는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되사들일 권리를 갖습니다. 그래서 TRS를 파킹딜(Parking Deal)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겉으로는 자산 매각처럼 꾸몄지만 일시적으로 지분을 맡기는 거래라는 것입니다. 이런점에서 TRS를 주식 매각이라고 보기보다는 주식담보대출에 가깝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TRS는 증권사가 주식을 담보로 일정자금을 헤지펀드에게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는 거래라고 보면 쉽습니다.

 

헤지펀드는 차입을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증권사는 안정적인 수수료 수입을 원하기에 이러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에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증권사로 받은 대출금은 TRS계약이 끝나면 돌려주게 됩니다. 수익이 나면 상관없지만, 만약 큰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증권사는 선순위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TRS 문제는?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주식이나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TRS계약에 따라 손실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가 아닌 헤지펀드가 받게됩니다. 특히 레버리지 비율이 더 클수록 손실은 더욱 더 증가하게 됩니다. TRS를 제공한 증권사는 담보가치가 하락할 경우에 대비해 계약서상 권리에 따라 자산운용사에 담보비율(증거금)을 상향 조정할 것을 요청합니다. 헤지펀드가 증거금 추가 납입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연이자 명목으로 현금을 받아내며, 이는 펀드의 비용증가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투자자들의 수익률 감소 요인이 됩니다.

 

TRS 계약을 회수하려는 경우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도 TRS 증권사가 TRS 계약을 회수하려고 할때도 문제가 됩니다. 일례로 KB투자증권이 판매한 라임펀드 '라임 AI스타 1.5Y' 시리즈는 100% 손실구간에 들어갔습니다. AI스타의 기준가격은 이미 TRS계약의 담보금 수준(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펀드의 전액 손실을 초래한 원인이 된 TRS 계약은 전부 KB투자증권이 제공했습니다. KB투자증권의 투자금 100%이 들어간 상태로 TRS 계약금을 계약대로 회수하게 되면 고객이 투자금을 날리게 되는 상황이 되고, 고객 손실률을 최소화하려면 회사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 됩니다.

 

이렇게 채권자인 증권사는 펀드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기에 TRS계약(담보대출)을 선순위로 전액 회수할 수 있습니다. TRS증권사가 계약 이행을 명목으로 채권자로서 자기몫을 챙기려고 한다면 헤지펀드는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됩니다.

TRS는 기업의 재무적 의사결정 수단으로도 활용

TRS는 증권사가 재벌총수의 지분확보를 도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7년 8월 SK 실트론 주식(29.4%)를 TRS를 통해 확보했습니다. 이 주식을 사기위해서는 2535억원의 자금이 필요했지만 최회장은 증권사에 수수료만 주고 실질적으로 지분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총수일가 지분이 20%가 넘는 비상장사가 내부거래를 해도 TRS를 통한 간접소유는 처벌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인수자금 조달수단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B그룹은 C사 인수시 1.2조원의 인수대금 중 3100억원을 TRS 방식을 통해 조달했습니다. 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으로 구성된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C사의 주가하락에 대한 손실을 보전해 주는한편, 기준가 이상 상승시 수익의 일정비율을 나누어 가져가는 방식으로 계약했습니다. 이 방식을 통해 기업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및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이익 공유까지 이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TRS로 기업을 인수하려다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CJ CGV는 2016년 6월 터키 영화관 사업자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위해 증권사와 2825억원의 TRS를 계약했는데 2018년 8월 미국의 터키산 관세 인상과 신용등급 강등으로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했습니다. 이로 인해 투자 원금의 평가손실이 80%에 달하게 되고 그해 1885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TRS는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파생상품으로 출발하였으나 최근에는 기업들의 재무적 의사결정을 위한 실행도구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경제 성장의 불확실성에 민감하기에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TRS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이런 면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